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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 hall





 1970년대 뉴욕, 도시 남녀의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애수 있게 그린 영화 <애니 홀>.
 관객들에게 인터뷰를 한다거나, 인물이 과거의 자신을 훔쳐보는 등 형식적으로도 독특하지만 영화를 특별하게 하는 건 역시 홍수처럼 쏟아지는 우디 앨런 식 대사와 내레이션이다.

처음 아기자기하게 연애를 시작한 앨비와 애니, 이들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온다. “남녀 관계는 마치 상어와 같아. 계속 전진하지 않으면 끝장나지. 우리 손에 들린 건 죽은 상어일 뿐이야.” 엘비는 이런 말을 남기며 애니와 헤어진다. 하지만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던 그는 마지막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애니를 만난 후 이렇게 독백한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녀가 얼마나 멋진 여자였고 그녀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인생이란 이런 오래된 농담 같다. 한 남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말했다. ‘저희 형이 미친 거 같아요. 자기가 닭인 줄 알아요.’ 그 의사는 묻는다. ‘그러면 같이 오지 그랬어요?’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근데 전 계란이 필요하거든요.’”

“어쩌면 남녀 관계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란 비이성적이고 광적이고 부조리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또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 말이다.”(I guess that’s pretty much now how I feel about relationships. They’re totally irrational, and crazy, and absurd, but I guess we keep going through it because most of us need the eggs.)

왠지 마음이 짠해지면서도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어쩌면 이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지 않고 멀리 카페에서 누군가 바라보듯 찍혀서인 것도 같다. 인생이 다 그런 거지, 하면서 관조하게 된다고 할까. 그리고 식어버린 마음이나 헤어짐의 아픔 따윈 묻거나 따지지 말고 또 사랑하고 싶어진다. 왜냐,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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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소 다이안 키튼 옷좀봐 너무예뻐!